나눔-주님 수난 성지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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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627회 작성일 22-04-09 20:12본문
오늘 우리는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부터 시작하여,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을 예수님의 수난기를 통해서 들었습니다. 군중들에게 왕이자 메시아로 여겨지셨던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입성하십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왕이시고 메시아로 여겨지셨던 그분은 죄인 취급을 받으십니다. 왕이며, 구원자이신 죄인이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십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왕이시고, 구원자인 동시에 분명 죄인이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왕이고, 구원자이셨기에 돌아가셨고, 또한 죄인이셨기에 돌아가셨던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왕이며 구원자의 삶은 아버지께로부터 주어진 삶인 반면에, 사형을 선고 받는 죄인으로서의 모습은 아버지의 백성에 의해 주어진 삶이라는 것입니다. 죄가 없으신 의롭고 거룩하신 분께서, 인간에 대한 한량없는 사랑 안에서, 죄라는 옷을 입으심으로써 죄인이기를 자처하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죄인으로서 받으신 사형선고, 짊어지신 십자가, 그리고 십자가의 일치를 통한 죽음,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하느님 아버지의 자녀들, 즉 우리들을 위해 그분께 붙여진, 그분께 어울리지 않는 삶이자 역할입니다. 백성들이 없었다면, 그분은 죄인이 되실 필요도 없었던 것이고 그저 하느님의 아들의 모습으로 아버지와의 영원한 삶 안에서 살아가셨을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그분의 삶입니다. 이렇게 오로지 하느님 아버지의 자녀들을 위해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가십니다. 아무런 저항도, 자신의 의지에 따라 어떠한 다른 선택도 하지 않으시고,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삶, 내어주심을 바보처럼 받아들이십니다.
이렇게 그분께서 보여주신 십자가의 어리석음이 존재하기에 우리의 생명이라는 선물을 받고 살아가고 있으며, 이 생명을 또 다른 생명으로 나아가야하는 사명 속에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분의 어리석음은 우리의 생명입니다. 하지만, 그 어리석음이 우리에게 죽음이 아닌 영원한 생명이 되기 위해서 우리가 십자가의 받아들임과 십자가 뒤에 숨겨진 영원함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렇게 살아가고자 우리는 우리의 의지로 세례를 받고 그분의 자녀로 살아가겠다고 약속한 사람들입니다. 그럼 우리 각자가 그분의 어리석음에 참여하며,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가는 방법과 그 실천은 무엇이 있겠습니까?
이번 성주간, 십자가를 바라보시는 시간을 꼭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십자가는 단순히 고통과 시련, 죽음의 상징이 아니라는 것, 그것은 예수님께서 드러내신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며, 우리에 대한 그분 사랑의 절정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십자가의 어리석음이 있기에 우리가 생명을 지니며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생명을 우리도 다른 이들과 나눔으로 영원한 생명에 동참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는 가운데 생명의 성주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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