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사순 4주일(감추어 있는 존재를 드러내는 가운데 생명으로 나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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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663회 작성일 23-03-19 10:17본문
예수님께서는 오늘 복음을 통해 앞을 볼 수 없는 이를 치유해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땅에 침을 뱉고 그것으로 진흙을 개어 그의 눈에 바르신 다음 그에게 실로암 못으로 가서 씻으라고 말씀하십니다.
이 장면에서 손수 흙으로 인간의 존재를 창조하시어 생명을 주시고, 당신의 가장 귀한 창조물인 인간에게 당신과 세상을 볼 수 있는 빛이 되어주시는 하느님 아버지의 모습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보이지 않던 세상이 보인다는 것은, 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이지요. 빛이 인식되는 가운데, 다른 모든 것들도 볼 수 있습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는 아무 것도 볼 수 없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빛과 어두움은 존재함과 존재하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의미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앞을 보지 못한 이의 삶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가득했습니다. 존재하고 있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들이지요. 그의 비현실 속에 존재했던 것이 이제 현실 속에 존재하게 됩니다. 그는 더 많은 것을 바라보고 느끼며 경험하는 가운데 존재에 대한, 생명에 대한 아름다움과 고귀함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주님께서 매순간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존재의 가치를 느끼고, 그 아름다움, 소중함을 깨달으라는 그분의 당부이기도 합니다. 그것을 위해 우리는 지금 이 사순시기를 지내고 있는 것입니다.
사순시기는 존재를 알아보기 위해, 생명을 느끼기 위해 빛으로 나아가는 시기입니다. 우리가 사순 시기를 고통과 시련, 인내와 참회의 사순 시기로만 받아들인다면, 우리의 신앙은 피하고 싶은, 외면하고 싶은, 우리를 주저 앉게 만드는 신앙이 될 것입니다.
사순시기는 우리의 삶을 밝혀주는 시기입니다. 밝혀주기에 피하고 싶고, 감추어 놓고 싶을 것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만일 그것들이 영원히 감추어질 수 있는 것들이라면, 그렇게 해도 우리의 삶과는 무관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결코 감추어질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우리 존재의 한 부분이고, 그것들은 언젠가 드러나게 마련입니다. 우리는 그것들을 당당히, 겸손되이 드러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안에 우리가 아직까지 발견하지 못한 또 다른 생명이 있습니다.
오늘 하루, 존재하지 않음에서 존재함으로, 감추임에서 드러남으로 건너감의 과정에 있어서 예수님께서 계심을 기억하며, 생명으로 나아가는 하루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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